제 724 호 [순간포착!] 나의 가을도 그러한가요?
[순간포착!] 나의 가을도 그러한가요?
계절이란 무척이나 신기한 것이다.
따뜻함, 차가움, 선선함, 쨍함 등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전장에서 사라진 말이 그 길을 알고 다시 본래 주인에게 돌아오듯이 적절한 시기가 오면 자신의 때를 알듯이 한결같이 돌아오니 말이다. 또한 추석이 가까워질 때면 바람이 불고 냉랭한 공기가 맴돌기 시작하는 걸 보면 우리 조상들도 지금의 과학 기술이 없었던 시대에서 어떻게 이리도 정확한 24절기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덕분에 우리는 매번 절기를 보며 그 시기를 짐작하고 초복이 다가오면 삼계탕을 끓여 먹고 설이 다가오면 세뱃돈을 준비하며 추석이 다가오면 갖은 음식들과 송편을 빚을 준비를 한다.
이제 정말 가을이 왔나 보다. 아침부터 시작된 선선한 공기가 밤까지 계속 이어진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씨라고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단풍의 계절인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흔히 ‘가을 타나봐’, ‘사색에 잠겨본다’ 등의 말이 입버릇처럼 나오기도 하는 가을은 농부에게 중요한 계절로, 추수(가을걷이)라 하여 한 해의 농사의 결과물을 수확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외로움, 사색, 쓸쓸함, 고독 등 감성의 깊이를 자극하고 그 깊이가 절정에 다다르는 계절이 아닐까 싶다. 가을만 돌아오면 괜스레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실로 붙여 막아 놓았던 구멍 하나가 풀어지면서 그동안 잘 버텨왔던 마음을 헤집어 놓고는 한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던 감정들이 쉴새 없이 몰아치는 것이다. 감정들을 주체하지도 조절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쌓여만 가고, 마침내 쌓인 감정들은 한차례에 걸쳐 폭발하여 큰 구멍으로 남겨진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올 즈음에 다시 그 구멍을 실로 꿰매고는 한다. 구멍이 다시 날 때에는 자신을 한탄하며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이것 밖에 되지 못하는 걸까’, 이렇게 나 자신에게 되물어보고 온갖 철학적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 한편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 허공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음이 공허하고 아파질 때는 치유의 수단을 찾아야 한다.
운동으로 땀을 흘려가며 기억의 한 켠을 잊어 보는 것도, 책이나 시집을 읽으며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가족이나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외로운 마음을 달래는 것도, 그 무엇이 되어도 좋다. 아픈 곳을 그대로 두면 상처가 깊어지기 마련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씩 마음을 치료하며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한창 마음 한 구석이 심란할 즈음 시험 기간도 겹치고 하여 학우들의 걱정도 깊어질 것이지만 두려운 마음을 이겨낼 방법이 있다면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학우들도 곁에 있어줄 누군가, 다정한 말 한마디 해줄 수 있는 그 사람 등 나의 가을을 무탈히 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부디 추억에 남을 수 있는 가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