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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698 호 상냥이 TNR 실시에 대한 움직임, 상냥이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 작성일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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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825
정유빈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학우들에게 작은 위로를 안겨주는 귀여운 고양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우들은 이 고양이를 ‘상냥이(상명대+고양이)’라 이름도 지어주고 밥도 주며 예뻐한다. 그러나 길고양이인 상냥이의 무분별한 개체 수 증가로 여러 문제가 수반될 수 있기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학우들도 있다. 이에 상냥이를 사랑하는 학우들이 주체적으로 모여 상냥이 개체 수를 적당히 유지하면서도 함께 공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하여 실천하고 있다. 상명대학보는 우리 대학 생태계의 일원인 길고양이들과 학교 구성원 및 인근 주민들의 지속적인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냥행’의 부원을 만나 11월 8일(월)에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상명대 고양이들과의 공존을 위한 동행, 상냥행 로고(출처: 상냥행)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상명대학교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의 공존을 위해 동행하는 사람들, ‘상냥행’의 부원 국어교육과 18학번 김예원, 장서현입니다. 


2. 상냥행을 소개해주세요

  상냥행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상냥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은 모임입니다. 상냥행은 ‘기획집행부’, ‘홍보부’, ‘제작부’, ‘배식부’, ‘TNR부’ 총 5개의 부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냥이들이 평안한 삶을 지속하기를, 상명대 학우들과 공존할 수 있기를 늘 바라왔습니다. 다른 학교들처럼 고양이 동아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혼자서는 밥 챙겨주는 것 말고는 용기를 내어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모아준 멋진 분이 계셨고, 이를 중심으로 작은 용기를 품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서 공존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스무 명이 조금 넘는 인원으로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추후에 부원을 더 모집할 생각이 있으며 상냥이를 위해 연대해줄 사람이 많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3. 상냥이들을 대상으로 TNR을 진행한 이유가 있나요?

  TNR(Trap-Neuter-Return)은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하여 중성화한 후 포획한 장소에 다시 방사하는 활동이에요. 우리 학교는 산이랑 이어져 있기 때문에 TNR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신을 일 년에 두 번 이상 하는 암컷 상냥이들이 있어서 (동아리 활동에 있어 TNR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대학교의 특성 상 고양이들이 학생들이 주는 먹이나 간식을 먹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개체 수를 조절하면서도 상냥이와 건강하고도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TNR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해 살처분하는 방식은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가 영역동물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법이라 효과적이지 않아요. 특정 지역의 길고양이들을 살처분하게 되면 다른 지역의 길고양이들이 빈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새로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TNR이 가장 효과적이고 인도적으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지자체에서도 많이 실시하고 있습니다. 상냥행은 길고양이들의 발정기 울음소리나 개체 수 증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학우 및 지역주민들과의 문제들을 예방하고, 길고양이들이 임신 및 출산의 고통과 그에 따른 여러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상냥이를 대상으로 TNR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4. TNR부의 구체적인 활동 과정이 궁금합니다

  우선, TNR부는 다른 부서와 함께 협력하여 고양이의 무게, 나이, 출산 후 몇 개월이 경과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TNR이 필요한 상냥이를 파악합니다. 이후 TNR 대상 상냥이가 결정되면, 상냥이의 동선이나 출몰 시간대, 좋아하는 음식, 밥 먹을 때 습관 등 특성을 고려하여 포획 방안을 논의합니다. 자주 밥을 먹는 위치는 배식을 중단하여 포획틀을 안전히 사용해 포획한 후 바로 병원으로 이송해 중성화 수술을 진행합니다. 수술 후 상냥이는 벙원에서 충분한 회복 기간을 거쳐 학교로 돌아오게 됩니다. 상냥이를 위한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이 함께 하니 팀원이 모이기 시작한 지는 약 2주 정도, TNR을 논의한 지는 일주일도 안 돼서 첫 TNR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TNR팀의 주도 아래 시간이 되는 인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TNR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5. 상명대학교 안에 살고 있는 고양이(이하 상냥이)가 약 몇 마리인가요

  상냥이들은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상명사대부속여자중학교·여자고등학교의 영역에 걸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영역 안의 길고양이들을 모두 상냥이라고 일컫고 있고요. 현재 상냥이는 15~16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상냥행에서 상냥이 도감을 공개할 예정이니 곧 어떤 상냥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지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특징까지도!


6. 현재 몇 마리의 상냥이들을 TNR 했나요?

  올해 10월 13일 요정이를 시작으로, 11월 첫째주 미요에 이어 귀리까지 총 3마리의 상냥이가 TNR에 성공하였습니다. 특히 귀리는 상명여고 쪽에서 지내는 상냥이로 상명여고에 재직중이신 선생님과 협력하여 TNR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TNR에 성공했다는 표식은 상냥이의 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고양이의 한쪽 귀가 아주 살짝 미세하게 짧아지게 된답니다! 

▲TNR 실시 후 상냥이 ‘요정’(출처 상냥행 인스타그램


7. 상냥이 중성화 예산과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한 마리의 상냥이를 중성화시키는 데까지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어요. 추가적으로 동아리 기반을 다지기 위해 배식대, 겨울집, 포획틀 등을 구비할 때 드는 비용까지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는 캔 기부나 담요 기부 등의 고마운 손길만 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상냥행이 공식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조직 내부에서 마련하고 있습니다. 상냥행이 상냥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공식 동아리가 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 학기에 공식 동아리가 등록되면 굿즈 판매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TNR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8.활동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것처럼 비용도 많이 들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체력적인 부분도 많이 소모가 되고요. 하지만, 그보다 힘든 건 부정적인 시선과 목소리에 부딪힐 때예요.

  상냥이 밥그릇을 발로 차고 위협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밥그릇에 버려진 쓰레기, 담배꽁초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사회적으로 길고양이 혐오범죄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올 때 매우 절망적이었습니다. 상냥행의 활동에 대한 불만은 곧바로 상냥이들에 대한 미움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에 TNR을 위한 포획틀이나 배식대, 겨울집을 설치할 때도 여러 측면을 고려하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활동 중임에도 불구하도 극단적인 혐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마음 아플 뿐이에요. 길고양이인 상냥이도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 대상이고, 법적인 지위가 아니더라도 우리와 똑같이 학교에서 지내는 일원일 뿐인데, 그 생명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길 바라야 한다는 게 속상합니다.. 


9. 활동을 하며 즐겁고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학우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함께 모여 ‘상냥행’을 결성한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습니다. 상냥행의 행보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지지해주시는 주변 분들과의 연대감을 느낄 때면 어김없이 힘이 나요. 또, 이전에는 상냥이를 포함해 길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께서 상냥행의 활동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긍정적인 관심을 비춰주실 때 너무나도 기쁩니다. 

TNR활동에 있어서는 무사히 상냥이가 수술을 마치고 고향인 학교로 돌아와서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죠. 그 외에도 상냥행 활동을 하면서 상냥이들에게 일어나는 변화와 저희 상냥행 부원들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보며 감동하곤 하는데요, 처음 만났을 땐 사납고 고된 표정을 하고 있던 ‘지기’라는 친구는 지금은 마음을 열고 아주 편안하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 상냥이가 되었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작고 여위었던 아기 상냥이들이 통통한 뱃살을 가진 청소년 상냥이로 성장한 것을 실감할 때에도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살아주기만 해달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정말 통통하고 귀여워요!)


11.활동 진행을 위해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TNR 활동이 재개되면 안내문이 부착된 포획틀이 교내에 설치됩니다. TNR팀에서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하나,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포획된 상냥이를 발견하신다면 반드시 안내문에 기재된 번호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획틀을 만지거나 이동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배식부에서 TNR과 상냥이 건강을 고려한 배식이 매일매일 이루어지고 있고 고양이들의 배식장소가 노출이 되거나 변경이 되면 위험한 일이 발생하거나 고양이의 영역이 바뀔수도 있기 때문에, 귀여운 상냥이를 만나시더라도 눈으로만 예뻐해 주시는 것이 상냥행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됩니다. (상냥이는 잔뜩 잘 먹고 있답니다! 내가 직접 밥을 챙기고 싶다! 하시면 동아리에 들어오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12.상냥행과 상냥이 TNR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상냥이들과 건강하고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상냥한 학교를 만드는 것에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계획이에요. 

앞서 말한 상냥이 도감뿐 아니라, 날이 더 추워지면 길고양이가 자동차 보닛 속에 올라가거나 보닛 속 엔진룸에 들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겨울철 자동차 운행 전 보닛에 노크하는 보닛노크 캠페인도 준비 중에 있어요. 상냥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방안 등에 관한 카드뉴스도 제작해서 인스타에 게시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원하시는 상냥이 굿즈 제작이나 이름 퀴즈나 사진 공모전 등도 기획 중에 있으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오기 전 TNR을 진행하고 싶은 상냥이들이 있어, 지금처럼 모두가 힘을 모아 무사히 진행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13.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TNR을 포함한 상냥행 활동에 함께하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모집 공고가 올라왔을 때 함께 연대해 주세요. 상냥행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먼발치에서나마 조용히 응원하며 연대해 주시는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보내드리고, 상냥이를 예뻐하고 좋아하진 않으시더라도 미워하고, 싫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연대가 된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공식적인 동아리가 되어서 공존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냥행이 가동아리 그리고 중앙동아리로 등록되는 그날까지 응원 부탁드립니다.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하여 

  서울시에서는 길고양이 돌봄 기준을 마련하여 길고양이를 돌보며,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지자체 차원에서도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공생을 위해 중성화사업을 추진하며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개체 수 증가에 따른 갈등을 완화하고 있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은 번식기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고양이들 간의 투쟁 등을 감소하게 하여 전 세계에서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도심지, 주택가 등 주인 없이 길 위에서 번식하며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길고양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캣맘, 캣대디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날카로운 시선의 대립이 극대화된 요즘, 이제는 찬성과 반대의 시선을 넘어 화합과 공존의 방안을 실행할 때이다.

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