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호 상명대의 흡연 문화, 그 타협점을 찾아
상명대의 흡연 문화, 그 타협점을 찾아
202210058@sangmyung.kr 수습기자 이소명
“제발 금연 구역에서는 안 피면 좋겠다.”
상명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의견이다. 상명대학교의 흡연 문화가 어떻기에 이런 의견이 나왔을까?
학교 내 공식적으로 규정된 흡연 구역으로는 건물 옥상들과 대학본부 옆 흙 주차장에 위치한 흡연 부스가 있다. 하지만 흡연자들 사이에서 본래 금연 구역이지만 암묵적으로 흡연 구역으로 통용되는 장소들이 있다. 바로 자하관 앞, 에스컬레이터 입구 뒤편, 버스 정류장 뒤편, 생활예술관 화장실 길목 등이다. 이곳에서는 담배를 태우고 있는 흡연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러한 흡연자들에는 단순 학생들만이 아닌 교직원들도 속해 있다. 그렇다면 상명대학교 학생들은 금연 구역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상명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명대학교 흡연 구역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았다. 대학생 131명의 중복 답안 선택을 허용하여 상명대학교 내 공식적으로 허용된 흡연 구역을 모두 선택하도록 하여 총 208개의 응답을 받을 수 있었다. 상명대학교 내 공식적으로 허용된 흡연 구역이 어디인지 묻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6개의 선택지를 구성하였다. 6개의 선택지 중 2개인 [‘건물 옥상들’, ‘대학본부 옆 주차장’]은 흡연 가능 구역이며, 나머지 4개의 선택지인 [‘자하관 입구’, ‘에스컬레이터 입구’, ‘생활예술관 화장실’, ‘버스정류장 뒤편’]은 금연 구역이다. 설문 결과, 암묵적으로 흡연의 장으로 통용되는 곳의 이용자가 많은 탓인지 금연 구역을 흡연 가능 구역으로 오인한 답변이 208개의 응답 중 73개로 약 35%를 차지했다. ‘건물 옥상들’이 흡연 구역임을 인식한 비율이 54%로 높았지만, 이에 비해 ‘대학 본부 옆 주차장’이 흡연 구역임을 인식한 비율은 11%로 비교적 낮았다. 특히 금연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자하관 입구’를 흡연 가능 구역이라고 선택한 비율이 14%, ‘버스정류장 뒤편’을 선택한 비율이 10%로, 두 장소를 흡연 가능 구역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자하관 쪽에 위치한 암묵적 흡연의 장은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타학생에게 시각적으로도 후각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실제로 “거기서 담배 피우면 냄새 다 들어옵니다. 담배충 소리 듣기 싫으면 규정 지켜주세요.”와 같이 학교 커뮤니티에서 흡연으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목소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들을 비난하는 것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부 흡연자들이 암묵적 흡연의 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명대학교 내 흡연 문화를 고찰하고,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타협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흡연 구역까지 가기 귀찮아서, 금연 구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피는 것 같아요.”
실제로 앞서 언급된, 암묵적 흡연의 장 대부분에는 금연 구역이라는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그곳이 금연 구역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알고 있지만 번거롭고 힘들다는 이유로 그곳을 찾는 것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중복 선택 가능)에 따르면, 참여자 중 약 50%의 응답자가 냄새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다음으로 부정적 분위기 형성이 약 16%를 시각각적 불편함이 약 15%를 차지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 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것은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 받을 수 있는 위법 행위이다. 상명대학교 내의 적지 않은 인원이 비난받아 마땅한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 내 흡연자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감수하고, 위법 행위를 행하면서까지 암묵적 흡연의 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상명대학교 경사 아시잖아요. 매번 옥상까지 가는 건 너무 힘들어요.
속된 말로 고산병에 걸릴 것만 같습니다”
상명대학교는 지리적 특성상 정문부터 후문까지 높은 경사를 띄고 있다. 공식적으로 지정된 지상 흡연 구역은 대학본부 옆 흙 주차장 하나가 존재한다. 하지만 위치상 학생들이 자주 찾지 않는 외곽에 있기에 실질적인 활용이 적은 곳이다. 그렇기에 흡연자들은 학교의 높은 경사를 오른 후, 건물에 들어가 옥상까지 올라야 하는 실상이다. 상명대학교의 모든 건물이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지는 않기에 계단을 통해 올라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흡연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이기에 흡연자들이 많은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지만, 학교의 높은 경사에 굴복한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 대상자 중 비흡연자 일부는 “안 그래도 경사도 높은데 옥상까지 올라가는 흡연자 지인들을 보면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라며 흡연자를 불쌍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더군다나 여름에 올라가면 그늘이 거의 없어 정말 덥습니다.
각 옥상에 설치된 흡연 부스도 너무 협소해요.”
응답자의 말대로 학술정보관 외 다른 건물들의 옥상에는 그늘이 거의 없다. 물론 흡연 부스에는 그늘이 지지만, 각 옥상에 설치된 흡연 부스에 들어가 본 결과 성인 기준 3~4명이 들어가도 좁다고 느껴질 정도의 아주 작은 크기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더라도 흡연 부스를 이용하지 않고, 그 밖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흡연 부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결론이든 학교 내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는 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다수가 인정할 만한 결론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의견을 종합하여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흡연 구역에 대한 명확한 홍보 활동
앞서 제시한 것처럼 적지 않은 수인 131명 중 73명이 금연 구역을 흡연 구역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 사태 전에는 흡연 구역으로 이용되었던 곳이 코로나를 겪으며 학교에 오지 않는 사이에 금연 구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도 학생들의 오해에 원인 중 하나이겠지만, 일차적으로 학교 측에서 흡연 구역에 대한 홍보와 통제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학교 내 흡연 구역에 대한 홍보 활동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학교를 돌아다녀 보았지만 어디가 흡연 구역인지 알 수 없었어요. 자하관 입구 쪽에 금연 구역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재떨이도 있길래 금연 구역이었다가 흡연 구역으로 바뀐 곳인 줄 알고 거기서 흡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서야 에브리타임이라는 학교 커뮤니티 앱을 통해 옥상에 흡연 구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답변을 듣고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서 흡연에 대한 공지를 찾아보려 했으나, 발견하지 못하여 전화로 문의해 보았다. 우선, 학교 내 규정된 흡연 구역은 옥상 건물과 학생회관 뒤 흙 주차장이 맞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러한 규정을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지 질문하자 “흡연 문제와 같이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기 애매한 사항들은 각 학과 학회장에게 사항을 전달하여 이를 단체메시지 방에 공유되도록 하게 해요. 이번 년(2022년)5월에 각 학회장에게 흡연 관련해서 공문을 내렸었습니다.”라는 답변을 얻었다. 공문을 확인해본 결과, 학과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 종로구청에 흡연으로 인해 접수된 민원을 언급하며 각 옥상들과 학생회관 뒤 흙 주차장에 위치한 흡연 구역을 활용하여 올바른 흡연문화를 만들어가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부 학과는 전달 과정에서 학교 측의 공문이 누락되었다.
학교 내에 설치된 지도들에 흡연 아이콘을 활용해 흡연 구역을 홍보하거나 추가로 올바른 흡연 문화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면 학생들의 혼동을 낮추고, 학교에서 흡연 문화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측에서 불법적으로 흡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제지를 가하는 것은 실질적 시행이 어려워 보이니, 애초에 그들의 발걸음이 규정된 장소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가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유동 인구가 적으며 접근성이 좋은 곳에 지상 흡연 구역 지정
흡연자, 비흡연자 두 집단에서 공통으로 나온 의견이 유동 인구가 적으며 접근성이 좋은 지상에 흡연 구역을 지정하자는 것이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고, 접근성이 낮으면 실질적 사용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지상’을 요구하는 이유도 높은 언덕과 연계된 접근성으로 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참고하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탐색함을 통해 3곳을 선출해 보았다.
첫째,버스 정류장 뒤편과 중앙교수연구동 우측 사이 길목이다.
이곳은 정류장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는 이점이 있다. 더불어 나무와 벽 등으로 가림막 수단이 존재한다.
둘째,밀레니엄관 뒤 주차장 끝 쪽이다.
이곳 역시 중앙도서관과 에스컬레이터에 가깝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는 이점이 있다. 나무들이 있어 건물과 어느 정도 분리는 되어있다.
셋째,생활예술관 앞 주차장 끝 쪽이다.
근처에 위치한 건물이 많아 접근성이 좋다. 아래 길목과 높낮이 차이가 있고 나무들이 있으며 구석으로 향할수록 건물들과 어느 정도 거리 유지가 가능하다.
선정된 3곳은 나무나 벽 등 가림막 수단이 존재하지만 완벽하게 간접흡연 위험성을 차단할 수는 없기에 추가적인 가림막이나 흡연 부스 등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선출된 지상 흡연 구역 후보들의 모습]
학교 곳곳에서는 금연 구역이라는 안내문 앞에서 많은 사람이 흡연을 하고 있고, 또 그 옆에는 재떨이가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목격한 필자는 교내 흡연 문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느껴 흡연 실태를 객관적으로 통찰하고 최대한으로 다양한 의견을 모아보았다. 필자가 목격한 대로 학교 내에서는 규정을 어긴 흡연 행위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은 규정을 어기고 법을 어긴 자들이기에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았을 때, 오로지 이들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흡연 구역을 홍보하여 학교 내 사람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지상에 부족한 흡연 구역을 늘리는 방안을 도출해 보았다.
흡연으로 인한 갈등은 상명대학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모두가 한 발짝씩만 양보한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이들이 만족하는 흡연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