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호 혹시 분데스리가…아세요?
혹시 분데스리가…아세요?
202110483@sangmyung.kr 정기자 양현준
“손흥민이 혼자서 경기를 끝내러 달려갑니다. 손흥민! 대한민국이 2대0으로 앞서갑니다. 손흥민이 오프사이드였는지에 대한 VAR 판독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별 상관없습니다. 독일이 월드컵에서 탈락합니다. 톡 차넣으면서, 비록 대한민국은 16강 명단에 적히지 못하게 됐지만, 대신 역사책에 적히게 되었습니다. 독일을 조별리그에서 떨어뜨린 최초의 팀으로 말입니다.”
-BBC 스포츠 해설가 조나단 마크 피어스(Jonathan Mark Pearce)-
카잔의 기적. 대한민국이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을 2대0으로 이긴 경기를 흔히 지칭하는 말이다. 이 경기승리 시 때에 따라서는 16강 진출이 가능했기에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전 국민이 이 경기를 숨죽여 보았고, 결국 전 국민을 열광시키는 결과가 나왔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독일은 이 경기 패배로 첫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오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또한, 외국 베팅업체인 스포츠베팅다임닷컴은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 직후, 역대 월드컵 최대 이변 TOP 5를 소개하였는데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가 TOP 3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독일은 FIFA 월드컵 우승 횟수 2위, UEFA 유러피언 챔피언십 우승 횟수 1위를 차지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독일은 축구를 빼놓고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축구에 진심인 나라이다. 그에 걸맞게 자국 리그인 분데스리가 역시 유럽 프로축구 5대 리그 중 하나에 들 만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와 명성을 지니고 있다.
BUNDESLIGA 분데스리가
분데스리가는 독일의 최상위 프로축구 리그이다. 분데스리가라는 말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스포츠 리그를 일컫기 때문에 핸드볼, 야구, 배구, 농구, 하키, 럭비 등에도 분데스리가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분데스리가 하면 독일의 프로축구 리그를 많이 떠올린다. 분데스리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교적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많은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다. 차범근, 손흥민, 차두리, 구자철 등 정말 많은 선수가 분데스리가를 경험했다. 우리나라의 선수들이 타 유럽 리그에 비해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분데스리가의 특징에 있다. 우선, 분데스리가는 외국인 등록 규정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느슨하다. 분데스리가의 선수등록 규정은 독일에서 21세 이전 3년간 훈련 받은 선수가 최소 12명이 필요하다. 이를 홈그로운 제도라고 한다. 같은 홈그로운 제도를 두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잉글랜드 혹은 웨일스에서 21세 전에 3년간 훈련 받은 선수가 최소 8명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살펴보았을 때는 분데스리가가 규정이 더 빡빡하지 않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분데스리가 선수단 등록은 제한이 없는 반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는 선수단 등록 가능 선수가 최대 25명으로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타 리그 대비 다양한 선수를 영입하는데 거리낌이 덜하다. 나머지 하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좋은 활약을 하였다는 점이다.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UEFA컵 우승(현 UEFA 유로파리그)을 주축으로 이끈 차범근, ‘함부르크 SV’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손흥민, ‘VfL 볼프스부르크'와 ‘FSV 마인츠 05’ 그리고 ‘FC 아우크스부르크'까지 선수 생활 대부분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뛴 구자철까지 많은 우리나라 축구선수의 좋은 활약으로 좋은 선례를 남김과 더불어 카잔의 기적 등 독일인들의 이목을 끌었다는 점이 이적시장마다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의 분데스리가 이적설이 계속되는 이유이다.
양날의 검, 분데스리가의 50+1 제도
아랍에미리트 국부 자본이 투입된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단일 시즌 역대 최다 승점 100점 우승에 빛나는 ‘맨체스터 시티FC’. 브라질의 네이마르(Neymar da Silva Santos Júnior),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Kylian Sanmi Mbappe Lottin)를 각각 2,987억 원, 1,947억 원을 지불하여 데려와 역대 이적료 1위와 2위를 갈아치우며 어마어마한 카타르 자본을 과시한 ‘파리 생제르맹 FC’. 대부분의 축구 리그, 그중 최상위 수준의 축구 리그들은 구단주의 자본을 기반으로 팀을 이끌어나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시민구단 형태로 팀을 이끌어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시민구단이란 특정한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닌 연고지 기반으로 시민들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여 구단을 운영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분데스리가에는 50+1이라는 다른 리그에는 없는 제도가 존재한다. 50+1 제도란 비상업적 비영리 단체가 51% 이상의 구단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하자면 구단 자체나 구단 팬들이 구단 지분의 51%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1963년 분데스리가 출범 이전에 기업 출자로 설립된 ‘바이어 04 레버쿠젠’과 ‘VfL 볼프스부르크’ 그리고 20년간 꾸준히 특정 자본의 지원을 받은 ‘TSG 1899 호펜하임’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민구단의 형태를 띠고 있다. 구단 자체나 구단 팬들이 구단 지분의 51%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근본적으로 자국 리그가 상업적인 측면보다는 자국 축구 팬들을 위한 축구로 유지하려는 정책이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최대 소유할 수 있는 지분이 50%가 되지 않기에 시민들이 구단주가 구단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기에 비리가 적고 재정이 비교적 투명하고 건전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꼽을 수 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특정 거대 자본의 손길을 거부하고 다양한 스폰서 유치를 통해 구단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또한 주요 선수를 비싼 값으로 처분함과 동시에 그 빈자리를 대체할 선수 영입에 큰돈을 쏟아붓지 않고 스카우트 시스템으로 싼값에 데려오는 좋은 영입을 여럿 성사하는 기조를 띄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성적까지 뒷받침되며 구단의 명성이 유지되고 있다. 부채보다 순이익이 훨씬 많은 흑자 경영을 지속하는 중이라, 유럽 전체를 놓고 봐도 올바른 구단 운영모델로 손꼽힌다. 축구를 금전적인 이득만을 얻으려는 수단으로 삼지 않기에 구단 자체가 축구와 그 팬들로 이루어진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러한 점이 무수한 자본이 투입되는 다른 리그와 다르게 돈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자부심마저 엿볼 수 있어서 정말 매력적인 리그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장점이 명확하게 존재한다면 단점 역시 눈에 띄게 존재한다. 바로 리그의 수준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12/13 시즌부터 21/22 시즌까지 무려 10년 연속으로 ‘FC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압도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FC 바이에른 뮌헨’을 견제할 수 있는 팀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상위권 순위 역시 굳어지어 가고 있다. ‘FC 바이에른 뮌헨’은 곧 리그 우승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면서 리그 우승을 원하는 좋은 선수들은 ‘FC 바이에른 뮌헨’ 외의 다른 분데스리가 팀의 이적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유망주, 라이벌 팀의 주축 선수 등이 ‘FC 바이에른 뮌헨’으로 가거나 다른 리그로 가는 모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구단들이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점도 한몫한다. 이러한 상황은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기존에 좋은 활약을 하던 선수의 대체자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면 성적 하락은 자연스레 따라오는데, 성적이 좋지 않은 팀에 많은 스폰서를 유치하긴 힘들다. 점점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독일 구단들은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FC 바이에른 뮌헨’을 제외하고는 좋은 성적을 거의 거두지 못한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앞서 언급한 ‘맨체스터 시티 FC’, ‘파리 생제르맹 FC’와 같이 해외의 거대 자본이 들어와 과감한 투자로 팀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현시점에서는 과거와 달리 점점 자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본, 즉, 돈이 몰리는 곳에 선수들이 몰리고, 선수들이 몰리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중위권의 팀도 타 유럽 5대 리그의 주요 클럽만큼이나 돈을 지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제는 어쩌면 단순히 구단이 키워내는 유망주에만 팀의 명운을 걸기엔 기약 없는 기다림이 아닐까?
그렇다면 50+1 제도는 폐지돼야 할까? 50+1 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은 대부분 글로벌 팬인 경우가 많다. 현지 팬들은 찬성하는 입장이 강하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분데스리가는 50+1 제도 덕분에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경기장 입장티켓 가격 방어가 잘 되어가고 있다. 많은 자본이 몰리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와 비교하면 정말 큰 가격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에서 TV로 보는 글로벌 팬과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분데스리가의 평균 관중 수는 4만 5천 명으로 전 세계 스포츠를 다 합치더라도 NFL에 이어 2번째 높은 수치이다. 하부 리그 경기도 많은 관중 동원력을 보이는 것은 돈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거대 자본의 투입이 항상 성공의 길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파르마 칼초 1913’의 경우 지 잠피에트로 마넨티에게 구단을 판매하였는데 알고 보니 돈세탁과 횡령을 목적을 인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로 인해 4부 리그로 강등당한 사례도 있다. 또한,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단 상품 및 티켓, 이적과 재계약 금지 조치가 취해지면서 어려움에 빠진 사례도 있다. 이외에도 재판매를 목적으로 구단을 인수하고 구단을 어려움에 빠지게 만든 사례 역시 꽤 존재한다.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팬이 없다면 스포츠 경기는 그저 공놀이에 불가하다. 이는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스포츠에 있어 팬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50+1 제도만큼 팬들에게 힘을 실어 줄 만한 제도는 없다. 독일은 상위리그, 하위 리그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태어난 곳, 아니면 의미가 있었던 축구팀을 응원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축구로 연대감을 느끼며, 축구를 가장 재밌게 즐기는 민족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50+1 제도는 수년이 지나도 독일 분데스리가만이 가진 특별한 제도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수한 자본이 쏟아지는 현재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제도이기 때문에 굳이 새롭게 채택 할 이유는 없다. 흐름에 맞지 않는 제도이기에 독일 분데스리가 발전에 있어 큰 장애물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구단과 팬 사이 단단한 연대감을 가진 독일 분데스리가의 팬들은 자본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앞서 언급한 50+1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여 결속된다면 수십년이 지난 후엔 독일 분데스리가가 각광받을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참고문헌>
김현민(2022), 분데스리가에만 있는 규정 50+1, 의미와 미래, 스포츠LAB, 2022. 03. 25., https://contents.premium.naver.com/sclass/slab/contents/220325230032094Lf
PREPO football, [한글자막] 한국 vs 독일 레전드 경기! BBC 영국 현지 해설 반응, 2018. 09. 20., https://www.youtube.com/watch?v=yDkat1AEaec
메인사진 _ 분데스리가 로고 _ https://www.bundesliga.com/de/bundesli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