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호 팬데믹 시기, 각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
정기자 서영훈 seoyh120@naver.com
1. 코로나를 맞이한 세계
팬데믹 이후, 급격히 변화한 사회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과학적 검역과 탄탄한 경제력 그리고 안정적 행정체제를 바탕으로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조치만으로 방역이 가능하리라는 계산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는 확진자들로 의료체제가 붕괴하고 이동 제한으로 자본의 흐름이 둔화하는 동안, 극심한 민생고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노동자들은 생사의 끝단까지 내몰리고 말았다. 과학기술의 불확실성보다 더 큰 붕괴의 위험요소는 경제적 불평등에 기인한다. 사회구조는 자본 효율성에 의해 분자와 분모로 양분되었다. 팬데믹의 불황 속에서도 점점 불어나는 자본소득을 흡입하는 자들의 침묵과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거리로 뛰쳐나온 자들이 외치는 함성으로 나누어졌다.
2. 바이러스 쇼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미 캘리포니아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인 피에르 올리비에 구랑샤는 위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현대 경제는 회사, 직원, 공급자, 소비자, 은행, 금융중개인 등 상호 연결된 당사자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말하자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직원이자 고객이고 채권자다.” 이처럼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연결고리 중 하나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억제 정책으로 인해 깨지면, 다른 연결고리도 연쇄적으로 부서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위 자료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득 순환 모형을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다. 가계는 자본과 노동력을 기업에 공급하고, 기업은 이를 이용하여 재화를 생산하며, 가계는 기업이 지급한 돈으로 재화를 구매하는 식으로 소득이 순환하고 경제가 성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의 한 부분에 차질이 발생하면 결국 모든 흐름이 둔화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X자 표는 위에서 분류한 세 가지 종류의 타격이 어느 지점에서 경제 순환을 방해하는지 보여준다. 왼쪽에 있는 X자 표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 먼저 임금을 받지 못한 가계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수요의 감소로 인해 국내외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생산, 특히 제조업 분야의 생산이 줄어들며 소비자와 기업이 관망세로 돌아서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 이러한 경제적 둔화는 내수에만 국한되지 않아서 내수에서 감소된 수요는 국가의 해외 수입을 줄게 만들고 국제적인 자금 흐름을 떨어뜨린다. 이는 다른 국가의 소득을 감소시켜 이들 국가에서 수출 활동을 위한 지출을 감소시킨다. 결국 국내 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경제 둔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업이 파산하는 것도 문제다. 현금 흐름이 감소하면 최근 몇 년 동안 대출을 많이 받은 기업이 위험해진다. 영국의 저가 항공사 플라이비(Flybe) 파산(2020)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 같은 기업의 파산은 연쇄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파산한 기업의 채권자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하면 결국 소비와 투자가 감소한다. 한 기업이 파산하면 다른 기업도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건설 경기가 위축됐던 사례를 보면 기업의 연쇄 파산이 낯선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병가, 격리 및 자녀나 친지의 질병 치료를 위해 휴가를 얻는 근로자들이 발생한다. 특히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소비를 줄인다.
3. ‘무엇이든 최대한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
기본적인 해법은 위의 근본적인 모든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은 코로나 19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자문위원장이었던 제이슨 퍼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키지 않는 적극적인 조치’에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3-1. 지나치게 적은 조치보다는 과도한 조치가 낫다.
지금처럼 ‘근본적 불확실성’ 아래에 있을 때 정책에 지나치게 큰 비용을 쓸 때와 적은 비용을 쓸 때 따르는 위험 분석을 바탕으로 정해져야 한다. 지나치게 큰 비용을 정책비용으로 지출한다면 *'화폐의 시간 가치'가 낭비되는 것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반면 지나치게 적은 비용을 정책비용으로 지출할 때 따라오는 결과는 사람들의 즉각적인 고통, 그리고 세계 금융 위기를 능가하는 장기적 금융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화폐단위가 시간적 요인에 따라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 – 화폐가치가 낮아짐
3-2. 가능한 기존의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대공황과 싸우기 위해 “대담하고 끈질긴 실험”(뉴딜정책이 대표적이다.)을 했다. 그 과정에는 10년이 소요됐다. 우리는 팬데믹이 빚은 경제적 결과와 싸우는데 10년이나 투자할 수가 없다. 새로운 지원 경로를 찾기보다는 기존 경로를 사용해 자금을 확대해야 한다. 과거에 시도하여 성공한 정책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3-3. 필요하다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명한다.
모든 것에 기존의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의무적인 유급 휴가 세도가 없으므로 팬데믹이 닥치면 그런 제도를 고안하고 시행해야 한다.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부문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수익 중단 사태를 다룰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메커니즘을 마련해둔 나라는 없다.
3-4. 대응 과정을 다각화하고 의도치 않은 중복지원이나 부작용을 감수하라.
경제 상황, 정책의 영향, 고안된 새로운 정책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대응을 다각화하는 것이 좋다. 많은 정책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중에는 성공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필요치 않은 사람들이나 기업에 돈이 나가고, 심지어는 이중 지급이 발생하며 돈이 낭비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중복에 따르는 리스크는 많은 사람이 배제되는 데 따르는 리스크보다 훨씬 작다.
3-5. 민간부문의 협조를 가능한 한 많이 끌어낸다.
민간부문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제약하에 운영될 것이다. 하지만 민간부문 기업체들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며, 대응의 다각화가 가능하다. 정부는 직접 대출은 어렵더라도 지급보증을 통해 민간부문의 대출에 협력할 수 있다. 정부에 협조하는 민간부문 기업은 더 많은 물자를 생산하며 금융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3-6. 활발하고 지속적인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피해는 불확실하다. 지역마다 그 종류도 다양하며 장기화할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 적절한 정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필요한 시점, 장소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책에는 시점, 장소에 따라 자연히 지속하고 확장되도록 하는 정책 및 제도가 많을수록 좋다.
4.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책 대응의 정확한 모습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위에서 제시한 원칙들은 현재 각국 정책에 적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원칙에 기반한 몇 가지 정책을 설명하고자 한다.
• 보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병원 시스템, 항바이러스와 백신 연구 등 모든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자금지원이 확실히 이루어져야 한다.
• 기존 프로그램을 이용해 선별 지원하라.
실업 보험 자격의 확대, 실업 수당의 인상, 영양 보조 프로그램(SNAP)과 같은 취약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 가구에 현금을 지원하라.
많은 사람이 실직, 일시 해고, 급감한 고용률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기존의 혹은 앞으로 마련된 선별 프로그램에서 소외될 것이다. 가구에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광범위한 도움을 가능하게 하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완화하고, 바이러스 문제가 지나간 후에는 사람들이 지출에 있어 더욱 여유를 갖게 해 경제 회복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기업에 지원하라.
팬데믹이 지나간 후 기업이 파산을 피하고 고용을 늘려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 대출의 일부 혹은 전부를 보증하는 대규모 대출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 기업이 정부 행정에 크게 의지하지 않으면서 파산과 청산을 피하고 대규모 기업 개선 작업을 하려면 새로운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덴마크처럼 정부가 임금의 많은 부분을 직접 책임져 주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하는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은행들이 새로운 대출을 확대하고, 기존 대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규제 변화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5. 결론
현대 경제는 기업, 직원, 공급자, 소비자, 은행 등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당사자들의 거래로 경제가 순환한다. 동물의 먹이사슬이 끊어져 생태계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것처럼 부분에 문제들이 생겨버리면 순환에 차질이 생겨버린다. 구매자와 소비자간 연결고리 중 하나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억제 정책으로 인해 깨지면, 다른 연결고리도 연쇄적으로 부서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당사자들의 거래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전시 상황이다. 정부는 기업 및 가구에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쳐야 하고, 코로나 경제정책 및 제도들을 시도하여 마땅히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